Repose of souls, sprinkle salt

2013

Materials

salt candle moniter sound bra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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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 Description

진혼, 소금을 뿌리다

독일에서 소위 Gedenkstätte라 불리는 곳을 몇 차례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말로 하면 기억 혹은 추모 ‘해야 할’ 장소쯤 될 것이다. 무거운 기억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장소가 주는 압박감을 오래 견디지 못하고 그 장소를 떠났던 것 같다. 동행했던 일행들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추모하고 기억하라는 압력과 한시 빨리 떠나 마음의 평온을 되찾고 싶다는 욕망 사이에서 갈등했으리라. 죄 많은 과거를 지닌 나라 독일에서는 수많은 기념비(Denkmal)들도 모자라 생각하고 기억하는 것(denken)보다 더욱 강하게 경고하고 되새기게(mahnen)만드는 기념비를 특별히 Mahnmal이라고 부른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약간의 충격을 주더라도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을 대대로 전하는 기념물쯤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것이 일상생활에서 어쩌다가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독일인들이 꺼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억하라는 압력은 충격을 주고 상처를 내기에 피하고 싶은 것이다.

 장소와 어떤 사람은 기억을 매개로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무거운 기억이 서려있는 장소일수록 그 장소와 사람과 기억이 펼쳐내는 풍경은 더욱 복잡한 감정적 지형을 만들어 낸다. 그 사건과 거의 관련이 없는 한 외국인이 독일의 기념공원을 방문했을 때의 복잡한 심정이 그러했을진대 사건의 당사자들은 오죽할 것인가.

 지금은 대부도의 일부가 되어버린 작은 섬 선감도, 지금은 펜션단지와 겟벌체험으로 유명한 관광지처럼 보이지만 선감도의 풍경에는 무거운 기억의 흔적이 서려있다. 선감도는 일제강점기와 그 이후 1980년대까지 고아, 부랑아, 불량 청소년 등을 교화시킨다는 목적으로 아이들을 데려와 강제노역과 비인간적인 대우로 많은 아이들이 부당하게 죽어갔던 장소인 것이다. 선감학원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수십 년이 지났어도 선감도의 주민들은 선감도의 풍경을 통해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의 망령을 기억하며 기억을 통해 그 풍경의 일부가 된다. 소금을 뿌린다는 행위는 기억과 중층적으로 유비관계에 있다. 소금을 뿌림으로써 잊혀져 가는 상처에 고통을 불러 일으키고 그것을 잊지 못하게 만들며 또한 불쾌한 망령을 내쫓듯이 그것을 떨쳐버리게 한다. 소금을 뿌림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한 장소에 얽힌 비극적인 기억과 사람들이 빚어내는 풍경 속으로 한 발짝 들어서게 된다. 이번에 수원 미술전시관에서 열리는 전시 『진혼, 소금을 뿌리다』는 선감도라는 한 장소에 얽힌 기억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지형에 대한 탐구, ‘감정적 지리학’ 보고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원필 | Bochum대학, 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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