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scape-Marseille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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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과 또 내일

내일과 또 내일과, 내일과 또 내일이 이렇게 쩨쩨한 걸음으로, 하루, 하루 기록된 시간의 최후까지 기어가고 우리 모든 지난날은 죽음 향한 바보들의 흙 되는 길 밝혀 줬다… (세익스피어, 『맥베스』중)                                                                                                                                                              

준동하는 권력의 욕망을 쫓아서 왕을 시해하고 권좌에 오른 맥베스. 자신의 악행을 숨기고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는 끊임없이 주위를 의심하고 눈 밖에 있는 사람들을 제거해나간다. 하지만 그가 공고하다고 생각한 권력의 성채는 자신의 내부에서 허물어지기 시작하여, 공모자인 부인이 자살하고, 맥베스도 미쳐간다. 권력이 무너지고, 자신의 이성도 허물어지는 생의 끝자락에서야 그는 어렴풋이 깨닫는다. “인생이란 움직이는 그림자일 뿐이고, 잠시 동안 무대에서 활개치고 안달하다 더 이상 소식 없는 불쌍한 배우이며 소음, 광기 가득한데 의미는 전혀 없는 백치의 이야기”임을. 도시를 향한 인간의 발걸음, 도시 안에 거소하는 인간의 마음 또한 맥베스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꿈과 환상을 쫓아서 도시로 몰려가고, 도시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중심과 주변을 나누어 위장된 안전망을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도시인은 병들고 허물어져 내려간다. 중심을 지키기 위해서, 새롭게 형성된 도시의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경쟁하고 타인을 의심해야 한다. 도시의 땅은 쉼 없는 발파로 소음가득하고, 그것을 견디기 위해서 도시인들은 누구나 광기를 머금고 있다. 과연 오늘날 멕베스들은 이것들이 의미없는 백치의 무대임을 깨닫기는 하는  것일까. 

자우녕 작가는 오늘날 맘몸의 거주지인 대도시(서울, 상해, 마르세이유)에서 이러한 권력과 욕망의 흐름을 애잔하게 포착하고 있다. 도시에 새롭게 진입한(하고 있는) 사람인 이주자들은 삶을 위해 분주히 이동한다. 이들의 발걸음은 분주하지만 편치 않다. 진창길을 걷거나, 작은 바리케이트라도 넘어서야 나아갈 수 있다. 이들은 삶의 개선문을 통과해서 건설중인 고층빌딩의 안락한 방에 도착할 수 있을까. 이미 정착해서 권력을 향유하고 있는 도시인들은 얼굴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은 안락한 소파나 시원한 자동차 안에서 그들을 관람하거나 감시 카메라의 눈을 통해서 자신의 처소를 경계할 뿐이다. 멕베스는 결국 무너졌다. 부인은 미쳐서 자살하고, 자신도 경계를 넘어온 적들에게 피살된다. 오늘날 멕베스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자신의 성채를 고수하거나 허황된 꿈에 몰두하면 그 운명을 피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가볍게 바리케이트를 뛰어넘는 청년 이주민의 도약같이 자신을 넘어서는 인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 우리는 삶을 사랑하지. 하지만 삶에 익숙하기 때문에 삶을 사랑하는 게 아니야. 사랑에 익숙하기 때문에 삶을 사랑하는 거지.” 자신의 경계를 넘어선 초인 짜라투스트라처럼 익숙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삶을 살 때 우리의 욕망은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다.

서울대학교, 교육학 도홍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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